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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by 핑크머니25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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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줄거리 요약
     1. 실명은 상징이다 – 인간의 도덕적 붕괴
     2. 문명의 붕괴와 야만의 부활
     3. 회복이 아닌 통찰 – 인간은 다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결론 – 우리도 눈먼 자는 아닌가

 

제목: 눈먼 자들의 도시

저자: 주제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는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으로, 인간 사회의 이성과 도덕이 사라진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한순간의 갑작스러운 집단 실명 현상을 통해 사회 전체가 무너지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눈이 멀었다’는 물리적인 상태는 단순한 장애를 넘어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실명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작가는 문명과 인간성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줄거리 요약

어느 날 한 남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는다. 그는 앞이 깜깜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윳빛 바다’에 잠긴 듯한 희뿌연 실명을 겪는다. 의사, 간호사, 그와 접촉한 사람들까지 연달아 시력을 잃기 시작하고, 정부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 이들을 격리 수용소에 감금한다. 이름조차 없는 이 인물들은 모두 이름 대신 역할로 호칭되며, 그들의 정체성은 상실되어 간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인물은 의사의 아내. 그녀는 남편을 따라 격리소로 들어가지만 자신만은 눈이 멀지 않은 채 그 끔찍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폭력, 굶주림, 강간, 절망이 지배하는 상황을 경험하며, 인간이 문명이라는 틀을 잃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야만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목격한다.

 

감금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음식 배급을 독점하려는 집단이 생겨나고, 성 착취와 약탈, 물리적 폭력이 횡행한다. 인간의 윤리와 법, 도덕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모두는 눈먼 존재로서 생존만을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는 의사의 아내는 유일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바깥 세계로 나아가며, 결국 모든 이가 눈을 잃은 도시에서 인간다움의 마지막 불빛이 된다.

후반부에 이르러 어느 날 갑자기, 처음 실명했던 남자의 눈이 회복되면서 기이한 전염병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하나둘 다시 시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인간성의 심연을 경험했으며, 이전과 같은 사회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 실명은 상징이다 – 인간의 도덕적 붕괴

이 작품에서 **‘눈이 멀었다’**는 것은 단지 시각의 상실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의 도덕성, 공감, 양심이 사라진 상태를 상징합니다. 사라마구는 우리 사회가 외형적으로는 문명화된 듯 보이지만, 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 얄팍한 틀은 무너지고, 본능과 욕망만이 남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모든 인물이 이름 없이 등장한다는 점도 상징적입니다.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대를 쓴 소녀, 첫 번째 실명자 등. 그들은 이름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잃고, 단지 역할이나 특징으로 존재합니다. 이는 인간이 문명 속에서 부여받았던 지위나 역할이 얼마나 쉽게 무의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실명은 또한 무지와 무관심, 사회적 책임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단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려 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며, 결국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즉, 사라마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눈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2. 문명의 붕괴와 야만의 부활

정부는 실명을 질병으로 보고, 감염자들을 병원에 격리하지만, 이는 사실상 사회적 격리이자 인권의 박탈입니다. 감금된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며, 기아, 폭력, 비위생, 무법 상태 속에서 점차 인간성을 잃어갑니다. 초기에는 서로 돕던 사람들도 점차 사리사욕, 폭력, 성적 지배에 물들며 점차 타락합니다.

특히 음식 배급을 무기로 권력을 쥔 집단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성 착취를 강요하는데, 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힘의 논리와 권력의 악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 극심한 불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 사회의 숨겨진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은 유일한 존재로서, 이러한 상황을 모두 직시합니다. 그녀는 사회의 붕괴를 ‘목격’하며, 비록 말하지 않지만 독자에게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침묵과 인내는 무기력해 보이지만, 오히려 절망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키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3. 회복이 아닌 통찰 – 인간은 다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이야기의 끝에서 사람들은 다시 시력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력을 회복한 그 순간이 구원이 아닌 성찰의 출발점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눈을 떴지만, 과연 정신적으로도 깨어났는가? 이 작품은 단순한 희망이나 해피엔딩이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마무리됩니다.

의사의 아내는 여전히 보이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으며,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는 ‘우리가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니라,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이 작품의 중심 메시지이자, 주제 사라마구가 독자에게 보내는 윤리적 경고입니다.

결론 – 우리도 눈먼 자는 아닌가

**『눈먼 자들의 도시』**는 재난이나 전염병을 다룬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내면, 그리고 우리가 매일 외면하고 있는 수많은 진실들에 대한 강력한 은유입니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문명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눈이 먼 사람들’은 단지 이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정말 보고 있는가, 아니면 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자기 성찰과 사회 비판의 거울이 되는 작품입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모습을 드러내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철학적 성찰이자 윤리적 도전장입니다.
독자에게 날카롭게 묻습니다:

“당신은 눈먼 자입니까, 아니면 보려는 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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