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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몬드 (손원평)– 공감의 결핍 속에서 자라는 마음의 온기

by 핑크머니25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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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줄거리 요약
   1. 감정 결핍이라는 설정을 통한 인간 이해
   2. 상처 입은 두 소년의 성장: 윤재와 곤이
   3. 공감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
결론: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피어나는 순간

창문앞 책위에 잔 옆에 화분

 

제목: 아몬드

저자: 손원평
출판:다즐링
장르: 드라마. 성장. 휴먼. 우정. 학원. 로맨스

 

**『아몬드』**는 2017년 출간 이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원평 작가의 데뷔작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낸 심리 성장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소설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공감 부족의 시대, 타인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진정한 이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작품의 제목인 ‘아몬드’는 주인공의 편도체를 상징합니다. 이는 인간이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부위로, 이 편도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감정에도 무감각할 수 있습니다. 이 설정은 주인공 ‘윤재’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소설 전반에 걸쳐 감정과 공감, 인간다움을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상징이 됩니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 윤재는 뇌의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의학적으로는 ‘감정 인식 장애’ 또는 ‘감정 표현 장애’로 불리는 이 증상 때문에, 그는 공포, 분노, 슬픔, 기쁨 등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그는 ‘괴물 같다’는 시선 속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세계는 오직 할머니와 엄마라는 소중한 두 사람에 의해 따뜻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특히 엄마는 아들의 장애를 이해하고,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시키며 사랑을 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한 남성의 무차별 범죄로 엄마는 중상을 입고, 할머니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보호자들을 잃은 윤재는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곤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곤이는 가정 폭력과 방임 속에서 자라 분노로 가득 차 있으며, 윤재를 도발하고 폭행하면서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 윤재는 곤이, 도라,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세상을 이해하고, 감정을 깨우쳐 갑니다.

특히 곤이와의 관계는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윤재는 곤이와의 충돌을 통해 처음으로 두려움, 분노, 연민, 그리고 우정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곤이 역시 상처 입은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윤재는 점점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 갑니다.

1. 감정 결핍이라는 설정을 통한 인간 이해

윤재는 감정이 결핍된 아이입니다. 그러나 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역설적으로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다움의 핵심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장애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관계 맺기의 단절, 사회적 고립, 내면적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손원평 작가는 ‘아몬드’라는 뇌 부위의 과학적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그것을 정서적 서사의 중심에 두고 윤재의 성장을 감정적으로 풀어냅니다. 감정을 못 느끼는 아이가 결국은 감정을 배우고 느끼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스스로도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2. 상처 입은 두 소년의 성장: 윤재와 곤이

이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은 바로 윤재와 곤이의 관계입니다. 곤이는 윤재와는 정반대의 인물로, 감정이 과도하게 넘치는 인물입니다. 그는 늘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고, 폭력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폭력은 곤이의 언어일 뿐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방임과 사회적 폭력 속에서 살아왔고, 그런 방식 외에는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윤재는 처음에는 곤이의 폭력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곤이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고, 자신도 변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됩니다. 곤이는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쳐 주는 존재이고, 윤재는 곤이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입니다.

이 두 인물의 상호 치유적 관계는 이 소설이 단순히 감정장애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와 공감의 회복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해 줍니다.

3. 공감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

『아몬드』는 공감의 결핍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회복 가능한 능력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현대 사회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지만, 정서적으로는 점점 멀어지는 사회입니다. SNS와 빠른 소통의 도구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사람들은 서로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점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윤재는 감정을 선천적으로 느끼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우리는 ‘정상’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 지를 깨닫게 됩니다. 윤재가 점차 감정을 배워가는 여정은, 우리 모두가 다시금 감정에 대해 민감해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되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합니다.

결론: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피어나는 순간

**『아몬드』**는 단순히 감정장애 소년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윤재일 수 있다는 경고이자 위로입니다. 감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지 않고, 공감하지 않으며,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윤재는 타고난 결핍을 딛고 감정을 배우고, 공감하고, 사랑하게 되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그의 변화는 곧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할 이유를 일깨워 줍니다.

『아몬드』는 감정이 결핍된 소년이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 상처 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공감의 온기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오늘날, 타인과의 관계에 지쳐 있거나, 감정에 무뎌져 있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아몬드가 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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