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줄거리 요약 1. 고백의 언어 – 꾸밈없는 자기 고찰의 힘 2. ‘슬픔’이라는 감정의 다층성 – 고통이 아닌 정직함의 표정 3. 잊힌 감정과 기억 – 글로 복원된 시간의 조각들 결론 – 슬픔은 약함이 아닌, 가장 정직한 감정의 이름이다 |

제목: 슬픔의 모양
저자: 이석원
출판: 김영사
이석원 작가는 산문집 『보통의 존재』로 큰 사랑을 받은 이후, 삶과 관계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온 작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코 그 이야기를 '나만의 것'으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그가 써 내려간 글의 감정과 순간은, 결국 독자의 삶과 감정의 지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산문집 **『슬픔의 모양』**은 제목 그대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다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다.
이 책은 사랑과 이별, 가족과의 갈등, 우정의 결핍, 죽음과 상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오랜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삶이 본질적으로 감정을 가진 존재의 고요한 흐름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석원은 이 책을 통해 슬픔이란 감정이 단지 고통스러운 순간을 의미하지 않으며, 때론 가장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문장은 결코 요란하지 않지만, 읽고 나면 마음속에 잔잔하게 남아 오래도록 파문을 일으킨다.
줄거리 요약
『슬픔의 모양』은 명확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을 살아오며 마주했던 다양한 감정들,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의 모양과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한 산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석원은 때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가족과의 오해와 화해, 친구를 잃은 상실감, 죽음을 앞두고 느낀 감정,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그의 글은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자기 고백적인 진정성과 날카로운 자의식, 그리고 감정을 지켜보는 절제된 시선이 담겨 있다.
예컨대, 아버지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양가감정,
즉 사랑하지만 온전히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 대해 말한다.
또한, 연인과의 이별을 회상하며, 그 당시에는 몰랐던 자신의 이기심이나 상대의 아픔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순간들을 후회한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정답을 제시하려 하지 않으며,
대신 감정의 선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독자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일종의 감정의 지도처럼,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슬픔의 모양들을 그려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1. 고백의 언어 – 꾸밈없는 자기 고찰의 힘
이석원의 산문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고백의 방식’**에 있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던 일, 이해하지 못했던 관계, 상처 입혔던 순간들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꺼낸다.
하지만 이 고백은 비련도, 자기 연민도 아니다.
그는 ‘내가 왜 그렇게 했는가’를 끝없이 자문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즉, 이석원의 글은 고백의 힘으로 독자를 감싸지만,
그 고백의 끝은 언제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독자에게 큰 위로를 준다.
그의 고백은 마치 독자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나도 그런 적 있었지”, “나도 저런 감정이 있었는데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나의 감정을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준다.
2. ‘슬픔’이라는 감정의 다층성 – 고통이 아닌 정직함의 표정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석원은 슬픔을 단순히 감정의 끝이나 절망의 징후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슬픔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정직해지는 순간이며,
자신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지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슬픔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감정의 흐름이며,
어느 날 갑자기 마주했을 때,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때로는 슬픔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는 용기,
그리고 그 슬픔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는 감정임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슬픔을 단지 극복해야 할 감정이 아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은 상실, 이별,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비극’으로 끝맺지 않고,
그 안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아름다움과 회복의 가능성을 믿게 하는 시선이다.
3. 잊힌 감정과 기억 – 글로 복원된 시간의 조각들
『슬픔의 모양』은 읽다 보면 기억의 파편을 걷는 산책과도 같다.
이석원은 때로 오래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을 다시 꺼내,
그 안에 있었던 감정의 조각들을 세심하게 복원해 낸다.
그 기억은 때로는 어머니의 손길, 가슴 아픈 이별의 밤,
혹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친구의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이런 순간들이 책 속에 다시 살아나면서, 독자도 함께 자신의 잊힌 기억들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억은 단지 과거의 장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감정과 행동을 결정짓는 요소다.
이석원은 그런 기억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글로 붙잡아,
그 안에 담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정리해 낸다.
그의 글은 결국 자신을 복원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그 기억 속에서 독자 또한 위로받고 회복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론 – 슬픔은 약함이 아닌, 가장 정직한 감정의 이름이다
『슬픔의 모양』은 단순히 감성적인 산문집이 아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삶을 성찰하는 과정을 글로 기록한 감정의 지도이다.
이석원은 말한다. 슬픔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그는 말하지 못했던 순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기억들을 통해, 진짜 삶의 모습을 포착해 낸다.
그의 글은 화려한 수사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조용히 독자의 마음을 울리며,
우리가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슬픔의 모양』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그러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에 대한 가장 조용하고 따뜻한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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